수도산으로 간 반달곰 KM-53에게
-인간의 눈에 띄지 말고 잘 살아주길 바란다!

오늘(8월 27일)은 ‘반달가슴곰 KM-53’(이하 KM-53)이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지 115일째 되는 날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하 공단)은 오늘 오전 KM-53을 수도산에 방사한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은 KM-53이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KM-53에게 지난 14개월은 힘겨운 시간이었다. KM-53은 2017년 6월 수도산에서 발견된 후 포획→방사→포획→방사→교통사고→포획→수술 등을 거치며, 유명동물이 되었고 ‘콜럼버스 곰’이란 별칭도 붙여졌다. KM-53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우리는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환경부와 공단은 KM-53의 수술 후 예후가 양호해 보행과 나무타기 등의 운동성 평가를 비롯해 방사선과 혈액검사 등에서 야생 활동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되었고, 사람에 대해서도 회피 반응을 보이는 등 야생성을 유지하고 있어 방사를 결정했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KM-53 덕분에 환경부와 공단은 지자체와 지역주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반달곰공존협의체’를 만들 수 있었고, 동물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의 길, 반달곰 분산과 서식지 평가 등을 더 고민하게 되었으며,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는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즉각 행동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KM-53에게 빚을 졌다. KM-53은 야생동물에게도 이동의 자유가 있음을, 야생동물을 고려하지 않은 시설(고속도로 등)은 인간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야생동물과의 공존은 언어가 아닌, 현실의 행동으로 구체화되어야 함을 일깨워줬다.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는 KM-53이 인간의 눈에 띄지 말고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살았으면 한다. 먹고 살만한 땅에서 암컷 반달가슴곰을 만나 새끼를 낳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주길 바란다.
우리는? 우리는 KM-53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반달곰을 포함한 야생동물이 ‘그냥 평범하게’ 살 수 있도록, 사람들(주민, 전문가, 정책결정자 등)을 만나고, 올무를 수거하고, 야생동물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KM-53이 던진 여러 숙제들을 하나하나 지치지 않고 풀어갈 것이다.

2018년 8월 27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물어보기 : 윤주옥 이사(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010-4686-6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