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시가 추진하는 지리산산악열차는 위법한 계획입니다. 멈추게 해주십시오.

2021년 10월 14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지리산사람들’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은 기획재정부 예산실 경제예산심의관 연구개발예산과, 국토교통부 철도국 철도시설안전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R&D사업본부 철도실, 환경부 자연보전국 자연공원과/자연생태정책과,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차세대철도차량본부 차량융합기술연구실 등에 “전북 남원시가 추진하는 지리산산악열차는 위법한 계획입니다. 멈추게 해주십시오.”란 제목으로 공문을 발송하였습니다.

공문에서 두 단체는 전라북도 남원시가 지리산에 추진 중인 산악벽지용 전기열차(친환경 전기열차라고도 불림, 이하 지리산산악열차)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남원시가 추진 중인 지리산산악열차 실용화노선 대상지는 지리산국립공원 안입니다. 또한 남원시가 추진 중인 지리산산악열차 실용화노선 대상지는 천연기념물 제 329호이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지역입니다.

남원시가 발간한 ‘행복한 시민 더 큰 남원 우리가 함께 합니다’ (발간등록번호 77-4700000-000009-10)에는 2021년도 주요업무계획이 수록돼 있습니다. 이 책자 14쪽을 보면 지리산국립공원 내 산악열차 사업을 다룬 내용이 등장합니다. 사업계획의 주요 골자를 보면 1) 사업 구간은 남원시 주천면과 산내면 일원이고, 2) 사업 기간은 2020년에서 2028년까지 약 9년이 걸리며, 3) 실용화 노선은 22km로서, 육모정에서 고기리, 정령치를 거쳐 달궁에 이릅니다. 그런데 남원시의 이 계획은 자연공원법 위반입니다. 자연공원법 제18조에 따르면 ‘공원자연보존지구’로 지정된 구역은 개발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 시행령에는 ‘공원자연보존지구’에서 허용되는 최소한의 교통, 운송시설 기준을 규정했는데, 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 궤도의 경우 2km 이하, 50명용 이하로 제한됩니다. 남원시가 수립한 육모정고기리정령치달궁 구간의 지리산국립공원 내 산악열차 노선은 공원자연보존지구를 2km 이상 포함하고 있으므로 자연공원법 위반입니다.

2021년 10월 현재 지리산국립공원을 포함한 그 주변에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70여 마리입니다. 남원시의 지리산산악열차 실용화노선 대상지는 행동권이 넓은 반달가슴곰이 먹이를 찾고, 겨울잠을 자고,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곳과 겹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지리산산악열차 실용화노선 대상지인 정령치도로 상의 생태통로를 통과하는 반달가슴곰이 무인센서 카메라에 찍힌 것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지리산산악열차가 반달가슴곰을 포함한 야생동물의 삶에 악영향을 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남원시는 지리산권의 5개 지자체 중 한 곳입니다.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남원시가 추진 중인 지리산산악열차 실용화 노선의 위법성을 여러 차례 지적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남원시는 방해가 되는 법률은 언젠가 개정해 버리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앞장서서 법을 지켜야할 행정이 스스로 법을 위반하는 사업을 강행하겠다고 하면 이는 행정 행위가 반드시 법률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을 훼손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일 것이다.

여러 단체, 전문가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남원시는 원래 계획을 일부 수정하여 육모정고기리정령치까지만 추진하겠다고 비공식적으로 말합니다. 그러면 지리산국립공원 자연보존지구 통과구간이 2km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정령치를 통과하는 도로의 일부 구간만 궤도를 놓는다면, 이어지는 구간은 폐도한다는 건지, 아니면 또다시 차량 운행을 한다는 건지, 정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남원시가 위법적인 사업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속임수일 뿐입니다. 이는 정령치(1172m) 현장에 가보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바입니다.

지금 지리산권에서는 남원시만이 아니라 하동군도 지리산산악열차를 추진 중이며, 남원시, 구례군, 산청군, 함양군은 케이블카를 추진 중입니다. 남원시가 산악벽지용 전기열차 시범사업 대상지가 되는 순간 지리산권 5개 시군은 개발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기후위기, 탄소중립 시대에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이 훼손된다면 이는 세계적인 지탄과 조롱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지리산권 5개 시군이 지리산국립공원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