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반달곰 KM-53!

반달곰과의 공존.. 말이 아닌 실천으로

 

달가슴곰 KM-53(이하 KM-53)의 고향은 지리산이다. KM-53이 고향을 떠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짝을 찾아서, 경쟁에 밀려서, 더 좋은 삶터를 찾아서 등을 말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KM-53의 도전을 지지하고, 안전을 바랄 뿐이다.

 

작년, KM-53이 두 번이나 포획되어 수도산에서 지리산으로 잡혀왔을 때, 우리 사회는 안전을 이야기했다. 곳곳에 설치된 올무와 덫, 사방이 도로인 나라에서 야생동물의 이동은 제한적이고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사람을 회피하지만 반달곰은 야생동물이고, 반달곰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니 사람에게도 위험하다고. 맞는 말이긴 했다

 

다행히, KM-53이 갔던 수도산 지역 주민들은 KM-53을 내치지 않고 다시 오기를 희망했다(사진1 참조). 지리산권 주민들도 지리산을 떠난 KM-53을 기특해하고 격려했다. 다만 반달곰의 서식 정보가 제때에 공유되어 일상의 삶이 위협받지 않기를, 반달곰으로 인한 피해가 빠르게 보상되기를 바랐다.

 

KM-53이 지리산에서 겨울잠을 자는 동안, 환경부와 종복원기술원은 공존을 고민했고, 지난 5월 4일 반달곰 공존 협의체를 구성하고, 공존 선언문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환경부의 준비와 실천은 KM-53을 따라가지 못했다. 봄이 오자 KM-53은 다시 길을 나섰고, 안타깝게도 5월 5일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100km로 달리는 고속버스와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사진 참조)

 

100km 달리는 고속버스에 맨 몸으로 부딪혔음에도 KM-53은 죽지 않았다. 큰 부상(왼쪽 앞다리 어깨부터 팔꿈치까지 복합골절)을 당했지만 다행히 생사를 오가는 중상을 당하진 않았다. KM-53에 고맙고 감사하면서, 다행과 고마움과 감사만을 되뇌는 우리 모습이 민망하다.

 

반달곰 복원은 일제 강점기에는 대량 남획으로, 한국전쟁과 산업화시기에는 서식지 파괴로, 1980년대 이후에는 보신을 이유로 밀렵해온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다(첨부자료 ‘반달곰 서식실태 변화’ 참조). 우리민족의 신화에 대한 자긍심과 숲을 지켜온 동물에 대한 경외심에서 시작된 일이다.

 

우리가 인간 아닌 다른 생명체와 공존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도 행복할 수 없음을 알기에 시작한 일이다. 그러니 반달곰과의 공존은 반달곰 숫자 늘리기가 아니다. 공존은 정책 전환과 구체적인 실천을 요구한다. 말이 아닌 행동을 필요로 한다.

 

다행과 감사, 미안한 마음으로, 이제 우리는 KM-53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희망한다.

 

‘힘내라, 반달곰 KM-53!’

2018년 5월 14일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물어보기 : 윤주옥 이사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010-4686-6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