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올무로 죽는 것과 다른 죽음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고대신문(고려대학교 학보사) 학생기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공존’이라는 제목으로 기획 취재를 하는데 인터뷰가 가능하겠냐고. 섬진강 수해와 코로나 19 확산으로 몹시 예민하던 시간이었다. 이런 시기에 관련되지 않은 주제로 인터뷰하는 게, 사치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 짜증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다가, 젊은 그들이 야생동물과의 공존에 관심을 갖는구나 싶으니 고맙게 느껴졌다. 학생기자가 마지막 질문이라며, ‘그런데, 올무로 죽는 것과 다른 죽음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라고 물었다.

어떤 차이?, 당해보지 않았으니 나도 모른다. 다만 나는 이야기했다. ‘올무와 덫은 서서히 목숨을 빼앗는 잔인한 살인도구입니다. 동물들은 올무와 덫에 걸렸을 때 빠져나가려고 앞으로만 나아가는데, 그럴수록 올무는 더 쪼여지고, 그러다가 살이 파여지고, 신체 일부가 절단되기도 합니다. 그런 고통의 시간 후에 죽게 되는 것이지요.’

얼마 전, 반달가슴곰이 살 수(이 표현이 좀 묘하지만, 산다고 확인되지 않았으니 ‘살 수’라고 쓴다.) 있는 지역에서 올무 수거활동을 했다. 산과 과수원이 연결되는, 숲 안 곳곳에는 도토리가 떨어져있고, 다래, 머루, 오미자 등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야생동물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야생동물길을 따라 찬찬히 살피며 걷는데, 앞에 있던 일행이 소리를 질렀다. ‘여기 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았고 그 순간, 내 눈에도 올무가 보였다. ‘아, 여기도’, 잠시 후 ‘여기도 있다’는 외침이 들렸다. 그날 그 숲에서는 39번의 외침이 숲과 우리 마음을 흔들었다.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이하 반달곰친구들)이 올무수거활동을 한 이후 이렇게 많은 올무가 발견된 적은 없었다. 우울한 날이었다. 쓰라린 고통과 허탈감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올무가 발견된 지역의 특징을 보니, 인근 농장주인이 놓은 것 같았다. 농작물 보호를 위해 올무를 놓는 관행, 불법인데도, 여전히…

수거한 올무를 들고 해당 지자체를 찾았다. 올무를 전달하며, 발견된 지역을 찾아 지역주민들에게 올무는 불법이며, 설치하면 안 된다고, 올무 대신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도록 설득해달라고 했다. 담당 공무원은 미안하다고 말하며 계도하겠다고 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 제10조는 ‘누구든지 덫, 창애, 올무 또는 그 밖에 야생동물을 포획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판매·소지 또는 보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문화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는다. 어떤 경우에도 올무 등은 불법이다. 그런데 여전히 제작되고, 설치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반달곰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이상돈 전 국회의원으로부터 받은)에 의하면, 지리산권 5개시군에서 수거한 올무 등 불법엽구는 2018년 452점, 2019년 246점이다. 사람들은 지리산권은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하며, 국립공원공단, 지자체, 관련 시민사회가 꾸준히 올무수거활동을 하는데도 이 정도로 나오고 있으니, 다른 시군은 수거활동을 하면 할수록 그 개수가 늘어날 것이 뻔하다고 말한다.

가을이 오고 있다. 숲과 과수원, 논밭에 열매가 익으면 야생동물들은 겨울을 대비하며 열심히 움직일 것이고, 농작물 보호를 이유로 지역주민 중에 일부는 올무를 놓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부서인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지자체 등은 집중적인 올무수거활동과 함께, 주민들이 올무 대신 전기울타리를 설치하도록 홍보하고, 관련 예산의 지원 폭을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